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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내메모

펫로스, 나는 꿈을 기록한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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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 ‘금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제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 금이의 일기는 저의 상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허구입니다. 

※ 아줌마의 메모는 저의 실제 경험을, 아줌마의 꿈은 제가 실제로 꿨던 꿈을 바탕으로 기록하였습니다.     


2023. 9. 27. 

[아줌마의 메모]

 

남편은 일이 바쁘다며 어제 회사로 돌아갔다. 

오늘 오후 한 시쯤, 빨래를 개면서 거실 창문을 통해 사랑하는 내 강아지가 즐겨 앉던 방석에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 자리에서 배를 깔고 일광욕을 즐기던 녀석이 아주 많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크게 “금이야~, 금이야~” 살아있는 내 강아지를 부르듯 큰 목소리로 여러 번 불렀다. “금이야, 이리 와. 집에 와야지. 밥 먹어야지.”

그리고 눈을 감고 가만히 금이의 생김새를 떠올려 보았다. 이렇게 한 번씩 떠올려주지 않으면 어쩌면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금이 얼굴도 잘 못 알아볼지도 몰라. 잘 외워둬야 해. 잘 기억해 둬야 해. 

그때였다. 부엌 쪽에서 “타닥, 타닥.” 금이의 발소리가 내 귀에 박힌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서 피식 웃으며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 요즘 좀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완전히 극복된 게 아니구나. 아직도 미쳐 있구나. 이런 착각도 다 하고.”

그렇게 몇 분간 더 눈을 감고 있는데 이번에는 식기 세척기 근처에서 금이의 숨소리가 났다. 

평상시에 숨을 쉬는 소리, 그리고 가끔 한숨을 쉬는 금이 숨소리. 

또 금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지만 내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놀아 달라는 의사 표현을 할 때 큰 목소리로 짖는 대신 높낮이가 있는 조금 우렁찬 숨소리로 불만을 표현하고는 했다. 그 불만을 표현하는 숨소리도 여러 차례 들렸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서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왜 알아주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한 숨소리가 두 번 더. 

“금이야, 한 번만 더 말해줄래? 아줌마 말에 대답해 줄래?”

이번에는 대꾸할 때 내던 숨소리가 났다. 

잠시 후 내 사랑하는 강아지의 숨소리는 발소리와 함께 멀어졌고 다시 들리지 않았다. 

놀라운 경험인데 대체 누구한테 말할 수가 있지? 

떨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그래도 내 이야기를 믿어줄 남편에게 금이의 숨소리와 발소리를 들었다고 말했고 남편으로부터는 “진짜? 그랬구나.” 정도의 반응이 돌아왔다. 

내가 너무 담백하게 이야기했나? 남편 반응 역시 무척 담백했다.

서운하지는 않았다. 내가 말한 것은 사실이고 비슷한 일을 경험한 사람이니 내 말을 믿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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