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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내메모

펫로스, 나는 꿈을 기록한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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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 ‘금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제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 금이의 일기는 저의 상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허구입니다. 

※ 아줌마의 메모는 저의 실제 경험을, 아줌마의 꿈은 제가 실제로 꿨던 꿈을 바탕으로 기록하였습니다.


2023. 8. 12. 

[아줌마의 꿈]

 

방금 꿈속에서 금이를 만났다. 금이 꿈을 꾸며 울면서 잠에서 깼던 시간이 6시 34분이었나? 비몽사몽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지금 이것을 기록하는 시간은 오전 6시 44분이다.      


꿈에서 남편과 나는 여행을 목적으로 다른 지역을 방문했는데 나와 남편은 잠시 흩어져서 각자 그 동네를 구경하고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목재 체험을 하고 상점에 들러 저녁에 먹을 음식을 샀다. 혼자서 실컷 구경을 다 하고 우리가 하루 머물기로 한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면에 보이는 화장실에서 남편이 우리 금이를 씻기고 있었다. 남편은 뒷모습만 보였고 금이는 온몸에 거품을 묻힌 채로 눈을 땡그랗게 뜨고서 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보았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는 듯한 아니 실제로 만난 듯한 생생하고 또렷한 얼굴이다. 우리 금이 얼굴이 눈, 코, 입, 잔털, 그 예쁜 귀까지 그냥 모든 것이 다 실제 같았다. 금이는 평소에 물이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생전에도 씻기려고 하면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그 표정마저도 똑같았다.

꿈에서 금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 아줌마 이제 오셨어요? 나 지금 씻기 싫은데 엄청 참고 있는 거예요.”

남편은 옷을 입힌 채로 금이를 목욕시키고 있었지만 꿈속에서의 나는 ‘왜 옷을 입히고 씻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전혀 품지 않았다.

그저 목소리를 한 톤 올려서 “아유, 우리 금이 씻고 있었어?”라고 했을 뿐. 

금이가 살아 있을 때도 남편은 주로 목욕시키는 일을 맡았고 나는 다 씻기고 난 금이를 말리는 일을 담당했다. 

꿈에서도 마찬가지로 남편이 다 씻긴 금이를 내가 말리려고 했을 때였다. 

내 손에서 금이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사랑하는 내 강아지가 입고 있던 빨간 옷만 덩그러니 내 손바닥 위에 남아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내 가슴을 주먹으로 퍽! 퍽! 퍽 치면서 “우리 금이 이제 여기에만 있잖아. 내 마음속에만 있잖아. 이제 우리 옆에 없잖아”라고 말하며 울부짖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향해 고저 없는 목소리로 “꼭 그런 건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꿈속에서의 나는 남편이 한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금이를 볼 수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우리 금이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뜻인가? 

그래. 솔직히 말하면 꿈속의 나는 이미 후자의 뜻으로 결론을 내리며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베개는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침으로 베개를 적신 적은 많아도 눈물로 베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지. 

이 꿈을 기록하는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파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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