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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내메모

펫로스, 나는 꿈을 기록한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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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 ‘금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제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 금이의 일기는 저의 상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허구입니다. 

※ 아줌마의 메모는 저의 실제 경험을, 아줌마의 꿈은 제가 실제로 꿨던 꿈을 바탕으로 기록하였습니다. 

 

2023. 7. 24. 

[금이의 일기]

 

오늘 저녁에는 우리 아줌마가 맛있는 밥을 한 상 차려주셨어요. 밥상에는 고기반찬, 통조림 한 캔, 고구마가 들어간 샐러드, 그리고 저한테는 한 번도 주신 적 없는 크림이 가득 들어간 빵과 과자 평소에 제가 제일 좋아하던 닭가슴살 간식까지 있었답니다.      

저는 우리 아줌마가 차려주신 밥상 위에 올라가 맛있는 냄새를 마음껏 맡으면서 우리 아줌마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음식들을 준비하셨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아줌마가 차려준 음식을 전부 다 먹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할머니 동생께서 오늘은 ‘저 위’에 올라가야 하니까 맛있는 밥 많이 먹고 배를 든든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아! ‘저 위’라는 건 샐리가 말해던 그곳인가 봐요.

우리 아줌마는 어떻게 아셨을까요. 오늘은 제가 그곳에 가야 하는 날이라는 것을요.      

우리 아줌마는 이렇게 푸짐한 음식을 차려놓으시고 제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그 앞에서 한참 동안 앉아 계셨어요. 

“천천히 그리고 많이 먹고 건강하게 잘 다녀와. 금이야. 아줌마는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니까 그곳이 더 좋다고 너무 오래 있지는 말고 아줌마한테 금방 돌아와 줘.” 

아줌마는 듣지 못하셨지만 저는 아줌마에게 대답해 드렸어요. 

“이 세상에 아줌마 곁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거예요. 빨리 올게요. 아줌마.”

밥을 다 먹은 저는 우리 아줌마 다리에 제 엉덩이를 찰싹 붙여 이 순간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당연히 아줌마 옆으로 돌아올 것이지만 이번에 올라가면 얼마나 오래 아줌마를 못 보게 될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줌마의 옆모습을 올려다보고 아줌마의 냄새를 기억하고 아줌마의 체온과 저의 체온을 맞춰요. 

“아가, 정말로 사랑하는 우리 아가.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아줌마한테 네가 없는 이 세상은 너무 가혹해. 아줌마가 잡지는 않을게. 그래야 우리 아가 빨리 갔다가 금방 돌아오지. 아줌마 밥 잘 먹는 거 봤지? 아줌마 살도 찌고 있는 거 봤지? 아줌마 운동도 잘하고 있는 거 봤지? 아줌마 일도 잘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아줌마 걱정은 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서둘러서 좋은 곳에 가. 그리고 아줌마한테 다시 와줘. 만약에 네가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아줌마가 너를 찾아낼 거야. 아줌마가 갈게. 꼭 찾아갈게. 아가. 언제까지나 아줌마한테 소중한 우리 아가. 금이야. 곧 다시 만나자.”

저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씀하시는 아줌마에게 앞발을 내밀었어요. 

아줌마 옷소매를 치면서 부르면 저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툭, 툭, 툭’

이때 무엇인가 느껴지셨는지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계시던 우리 아줌마가 고개를 들었어요. 

우리 아줌마는 아주 짧은 순간 저와 눈이 마주쳤고 저를 보고 계신 듯이 웃는 얼굴로 허공에 대고 저를 쓰다듬는 행동을 하셨어요.      

“아줌마, 잘 다녀올게요.”

시간을 끌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아줌마한테 짧게 인사를 드리고 집에서 나와 아저씨 회사가 있는 동네로 찾아가 우리 아저씨의 얼굴도 마음속에 잘 새겨두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몸이 보석으로 만들어진 건물로 날아가 하늘이를 데리러 갔어요. 같이 올라가려고요. 

우리 할머니 동생이신 누나도 저와 같이 가주셔서 저와 하늘이를 동시에 두 팔로 안아주셨어요. 따뜻하고 행복한 기분에 하늘이를 보니 얘도 무척 편안한 얼굴로 계속 꼬리를 치고 있더라고요. 

샐리는 하늘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가 더 기쁜 듯한 얼굴로 하늘이에게 말했어요. 

“하늘이 너는 이렇게 좋아하면서 그렇게 안 가려고 버텼니?”

“이상하게, 막상 간다고 결심하니까 마음이 편해. 그리고 혼자 가는 게 아니니까. 더더욱 안심이 되는 거 있지.”

 “그래 잘 결정했어. 잘 다녀와. 사랑하는 친구야. ”

샐리는 이번엔 저에게 말했어요. 

“우리 헤어짐은 그렇게 길지는 않을 거야. 며칠이 될지 몇 달이 될지는 모르지만 내려오면 같이 놀러 다니자.”

“응. 고마워.”

샐리는 우리와 인사를 나눈 뒤에 누나에게도 “누나! 제 친구들 저 위에서도 잘 부탁해요.”라고 말하며 끝까지 우리를 신경 써줬어요. 

저는 이 세상에서 몸이 있든 없든 우리 주인님들에게서는 가족의 사랑을, 제 몸이 불타버렸던 이 장소에서 만난 친구들에게서는 배려와 호의를, 우리 할머니의 동생에게서는 조건 없는 보호와 무한한 애정을 받는군요. 저는 완전히 안전하고 완벽해요. 눈을 감았어요.     


밝은 빛이 느껴져 천천히 눈을 뜨니 여전히 저는 누나의 품에 안겨있었고 하늘이는 이미 바닥에 내려서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있었답니다. 

누나는 저를 바닥에 내려주시며 말씀하셨어요. 

“이곳에서 잠깐 놀고 있으렴. 여기에서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이곳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고 느낀다면 그때 너는 다시 밑으로 내려갈 수 있어.”

“여기에 적응해야 밑으로 내려갈 수 있어요?”

“응, 여기에서의 생활이 너에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면 그건 네가 저 밑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화했다는 소리거든.”

“그럼, 제가 만약 여기서 적응을 못 하면 우리 아줌마는 만나지 못하나요?”

“지금은 공간을 옮겨 다닐 때 끈적임 때문에 이동에 제약이 있고 몸이 없어진 지 오래되지는 않아서 습관적으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배변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니?”

“네, 아직은 조금 그래요.”

“그 습관을 지우지 않으면 예전과 다른 존재로 다시 살아가기에 불편하고 어려움이 많으니까. 이곳은 그것을 연습하는 곳이란다. 사람들이나 동물 친구들이나 그 시기가 다들 제각각이라 언제까지라고 말하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결국 누구나 변화에 적응하게 되지.”

“네에.... 저는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거네요. 누나, 그런데 변하는 것이 무서워요. 제가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변해버린다면 우리 가족과 더 멀어지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누나는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시고 제 코를 툭 치시더니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까워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안심하라고 하셨어요. 

하늘이와 저는 누나의 안내를 받으며 동네를 가로질러 가다가 파란색 대문의 작은 집 앞에 멈췄어요. 그 집안에는 어떤 아저씨가 마당에 심어진 작은 나무에 물을 주고 계셨는데 누나는 아저씨에게 손을 흔들었어요.

 “저 아저씨 보이니? 내가 저 아래 세상에 살 때 내 아버지였던 분이야. 네 할머니의 아버지이기도 했지. 우리가 비록 아래 세상에서 함께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지금 우리는 이곳에서 같이 지내고 있잖아. 우리 가족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러다 또 각자 여행을 다녀오기도 할 것이고. 네가 더 이상 저 밑, 아래 동네에서 쓰던 몸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너의 본질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멀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야.”

누나는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설명해 주셨어요. 

“주인아줌마를 빨리 만나고 싶으면 최대한 편안하게 이곳에서 가보고 싶은 곳도 다 가보고 하늘이랑 여행도 가고 혼자만의 시간도 가져보고 냄새도 맡으면서 얼마나 네가 행복하고 기쁜 상태인지 생각해.”

“그렇게만 하면 우리 아줌마를 빨리 만날 수 있나요?”

“그렇단다. 착한 아가야.”

“누나도 여기서 저희와 같이 계시나요?”

“나는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이 있어서 계속 여기 같이 있지는 않아. 왔다 갔다 하고 있거든. 그렇지만 마음속으로 계속 말 걸어 줄게. 내 목소리가 들리거든 대답해 주렴.”

“네. 그럴게요.”

“그리고 너희가 변화에 적응해서 이동 준비가 되었을 때 내가 너희를 저 아래 세상으로 데려다줄 거야.”

누나는 저와 하늘이를 번갈아 가며 따뜻하게 끌어안아 주셨어요. 하늘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엉엉 울어버렸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찔끔 눈물이 났어요. 우리가 왜 갑작스럽게 눈물이 났는지 이유도 모르고 제가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럽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느낀 감정은 슬픔이나 아쉬움은 절대로 아니었다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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