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내메모

펫로스, 나는 꿈을 기록한다 29

728x90
728x90

[참고사항]

※ ‘금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제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 금이의 일기는 저의 상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허구입니다. 

※ 아줌마의 메모는 저의 실제 경험을, 아줌마의 꿈은 제가 실제로 꿨던 꿈을 바탕으로 기록하였습니다.


2023. 8. 6. 

[금이의 일기]

 

요새 하늘이는 바다에 푹 빠져서 또 바다로 놀러 갔어요. 

저는 집안의 꽃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워요. 

가끔 꽃들이 너무 말이 많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꽃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가 피곤해서 혼자 쉬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언제든지 집으로 들어가라고 하며 저를 놓아준답니다. 

오늘은 우리 할머니가 동생이신 누나가 저를 찾아오셨어요. 

누나가 말하기를 이제 저 혼자서 어디든 다닐 수 있대요. 

“너는 정말 빨리 변화에 적응했구나. 몇 달이 지나도록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도 많은데. 짧은 시간 안에 잘해주고 있었네.”

누나의 칭찬에 어깨가 들썩였어요. 

“고마워요. 누나. 저 이제 우리 가족 만나러 갈 수 있나요?”

“응. 이제는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가족들을 만날 수 있어.”

“너무 기뻐요. 누나. 저 지금 당장 가볼래요. 가서 우리 아줌마 만날래요.”

누나는 활짝 웃으시며 그러자고 하셨어요. 

그때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한 꽃송이가 말했어요. 

“얘, 금이야. 나 꺾어가.”

“그게 무슨 말이야? 너를 꺾으면 네가 아프잖아.”

“나는 아래 세상의 꽃들과는 달라. 나는 꺾여도 아프지 않아. 네가 나를 꺾으면 나는 금방 또 다른 꽃을 피울 거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

“너를 꺾어가면 뭐가 좋은데?”

“나는 저 아래 세상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아. 내려가서 네 주인아줌마에게 내 향기를 묻혀놔. 나중에 영원 같은 시간이 흘러 너와 너희 주인아줌마의 겉모습이 바뀌게 되더라도 묻어 있는 내 향기가 네 주인아줌마에게 가는 길을 안내해 줄 거야.”

제가 정말 꽃을 꺾어도 되는지 몰라 누나를 보며 망설이고 있자 누나는 저 대신 꽃 한 송이를 꺾어 제 입에 살며시 물려주셨어요. 

“꽃 선물 고마워! 며칠 다녀올게.”

꽃들은 저를 배웅해 주는 듯 몸을 파르르 떨었어요. 제가 집을 비우는 동안 바다에서 돌아온 하늘이가 꽃들을 잘 돌봐주겠죠?

우리는 큰 빛기둥을 통과해 우리 주인님들이 살고 계시는 아래쪽 세상으로 내려왔고 누나가 저를 부드럽게 내려주신 곳은 우리 아줌마가 주무시고 계신 방이었답니다.


[아줌마의 메모]

 

배탈이 나서 새벽까지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통에 새벽 세 시를 넘긴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늦게 잔 나로서는 아직은 조금 더 자야 할 시간인 오전 6시 15분. 

내 사랑하는 강아지가 살아 있을 때처럼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우리 금이가 밥을 먹으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금이 급식기 앞으로 달려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보라색 빛의 잔상. 그리고 너의 냄새. 

시신경이 처리하는 잔상일지라도 괜찮다. 두뇌의 착각이라도 괜찮다. 비염 때문이라고 해도 괜찮다. 

나는 우리 금이가 옆에 있다고 믿으니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