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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내메모

펫로스, 나는 꿈을 기록한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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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 ‘금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제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 금이의 일기는 저의 상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허구입니다. 

※ 아줌마의 메모는 저의 실제 경험을, 아줌마의 꿈은 제가 실제로 꿨던 꿈을 바탕으로 기록하였습니다.


2023. 8. 23. 

[아줌마의 꿈]

 

사랑하는 내 강아지가 꿈에 찾아왔다.


꿈이 아닌 듯 현실과 같이 얼굴이 생생하고 또렷하게 나와서 너무 좋았지만 요크셔테리어는 아니었다. 갈색 털이었고 웰시코기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털을 쓰다듬으면 손끝에서 털의 부드러움이 느껴졌고 둥글둥글한 발바닥에 코를 가져다 대니 평소에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발바닥 꼬순내가 진동을 했다.


꿈속에서의 나는 금이의 배변을 며칠 동안 치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 맞다. 우리 금이 쉬야랑 응아 안 치운 지 한참 되었네. 벌써 3일이나 된 것 같아.”

배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강 상태가 무척 걱정 돼서 이 녀석을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했다. 

꿈속에서의 나는 예전에 데리고 다녔던 C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갈지 우리가 이사를 하게 되어 옮기게 된 W동물병원에 데리고 갈지 고민이 되었다. 

 “W동물병원은 우리 금이가 죽은 사실을 알고 있잖아. 우리가 이렇게 금이를 병원에 데려가면 선생님들이 놀라실 거야. C동물병원으로 가자.”

내 의견에 따라 우리는 금이가 죽은 사실을 모르는 병원인 C동물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실로 들어간 나는 C동물병원 원장님에게 내 강아지가 며칠 동안 배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아 맞다. 우리 금이 화장했는데 병원에 어떻게 왔지? 우리 금이 이제 배변할 필요 없지.’

 C동물병원 원장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며 “보호자님도 금이가 죽은 것을 알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배변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도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든 나는 금이가 앉아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순간 사랑하는 내 강아지의 형체는 그 자리에서 홀로그램처럼 반짝이며 빠른 속도로 없어졌다. 

그것을 보고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게 잡아볼걸. 꿈에서라도 너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 볼걸.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내 심장 안쪽에서부터 출발해 내 살갗을 뚫고 화살처럼 쏘아져 나왔다. 꿈속에서 사랑하는 내 강아지의 흔적이 모두 사라져 버리자 내 고통은 극에 달했고 그 상태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그 꿈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 이렇게 바로 그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집은 화장실에 배변을 하는 금이를 위해 언제나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지냈다. 나는 요즘도 여전히 화장실을 사용한 뒤 문을 닫지 않고 생활하고 있으며 우리 금이의 배변을 치우기 위해 수시로 변기 주변을 확인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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