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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내메모

펫로스, 나는 꿈을 기록한다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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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 ‘금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제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 금이의 일기는 저의 상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허구입니다. 

※ 아줌마의 메모는 저의 실제 경험을, 아줌마의 꿈은 제가 실제로 꿨던 꿈을 바탕으로 기록하였습니다. 

 

2023. 7. 26. 

[금이의 일기]

 

이 위의 세상도 저 아래 세상과 아주 다르지는 않아요. 

사람들도 있고 동물 친구들도 많이 있어요. 

저 아래 세상과 무척 비슷하지만 집과 건물들은 조금 낮은 편이에요.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요. 

저는 이곳에서 황금색의 억새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넓은 밭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요. 이곳의 자연은 모든 것이 멋있고 숨 막히도록 황홀한 풍경이지만 유독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하늘이는 푸른 바다가 좋다며 종종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서 고래 친구들과 한참 동안 수다를 떨고 나온답니다. 저는 물이 아직도 무섭고 싫은데 하늘이는 예전부터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하네요. 

아,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게 대해줘요. 아무도 화내지 않고 동물 친구들끼리도 서로 잡아먹으려 애쓰지도 않아요. 

동네를 기웃거리고 있으면 사람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집으로 들어와서 놀다 가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러다가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요.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어요. 

우리의 털 색깔이 변했어요. 하늘이의 털 색깔은 원래 갈색이었는데 점점 흰색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저도 변했나 싶어서 궁금한 마음에 거울을 찾아 들여다봤더니 제 털에서 검은색이 많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갈색 털이 채우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하늘이랑 산책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집안에서 바깥 구경을 하시다가 저희를 발견하시고는 창문을 열고 크게 소리치셨어요.

“얘들아, 우리 집에 와서 잠깐 놀다 가지 않겠니?”

갑작스러운 초대를 받아 들어가게 된 그 집의 정원에는 예쁜 보라색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었고 제 몸에서도 향기가 난다고 느껴질 만큼 좋은 향기가 가득했어요. 

이 예쁜 꽃들을 우리 아줌마랑 같이 봤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정말로 아름답고 예쁜 집이에요. 

할머니께는 저희를 보며 인자하게 웃어주시며 말씀하셨어요. 

“사실은 내가 며칠 전에 환생하기로 마음을 먹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너희가 나중에 환생하러 가기 전까지 이 집에서 지내 달라고 부탁을 해도 되겠니? 이 집은 이제 빈집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다른 것보다 꽃들이 외로워할 것 같아 걱정되거든.”

“저희는 사람들처럼 손도 없어서 물을 주기도 어려워요. 그리고 저희가 꽃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그거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단다. 얘들에게는 물을 줄 필요도 없고 잡초 관리를 해줄 필요도 없어. 그저 이 수다스러운 꽃들의 이야기만 들어주면 되거든. 아침에 반갑게 안부를 묻고 저녁에 잘 자라는 말도 해주고.”

하늘이와 저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그렇다면 오히려 저희가 감사한 일이라며 그러겠다는 뜻으로 힘차게 꼬리를 쳤어요. 

 하늘이는 환생하러 가시는 할머니께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인가 봐요. 

“선생님은 여기서 얼마나 지내셨어요?”

인상을 찌푸리면서 기억을 더듬으시던 할머니는 한참 만에 입을 여셨어요. 

“글쎄... 그게 언제였더라. 150년 전쯤인가?”

“백... 백오십 년이요? 환생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인가요?”

하늘이의 놀람에 할머니는 크게 웃으시며 말씀해 주셨어요.

“응? 백오십 년이면 긴 시간은 아니야.”

“환생은 언제 할 수 있나요? 저희 같은 동물도 할 수 있나요?” 하늘이가 질문했어요. 

“다시 태어나는 삶 앞에서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 동등해. 너희가 원할 때 언제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지만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동물들은 몸을 가진 존재로 다시 태어나서 저 아래에서의 삶을 사는 것을 그다지 바라지는 않더구나. 나도 150년 동안 생각이 없다가 최근에 결정한 거니까.”

“선생님은 그러면 왜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하셨나요?”

“이전의 생에서 나의 자녀로 살았던 이가 다시 태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지금 무척 힘들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번에는 내가 더 어린 사람이 되겠지만 가까이에서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기왕 결정한 것 하루라도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꽃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게요. 우리 주인아줌마가 나중에 이 위에 오시면 이 예쁜 꽃들을 보여드릴 거예요.” 

저의 대답에 기쁜 듯이 환하게 웃으신 할머니는 손뼉을 짝 치셨어요. 

“고맙구나. 자! 그럼 나는 이제 마음 편히 다녀올게.”

그 순간 할머니의 겉모습이 점점 젊은 사람으로 그리고 아이와 아기로 변해갔고 마지막으로는 흰 연기가 되어 춤을 추듯 정원의 꽃들 사이를 날아다녔어요. 꽃들은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듯 몸을 부르르 떨고서는 말했어요. 

“사랑하는 우리의 영원한 친구야, 너의 다음 생은 더욱 빛날 것이고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너의 앞날을 축복만을 선물할게”

오늘은 이 위에서도 하늘이와 제가 머무를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집이 생겨서 그리고 예쁜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어서 정말로 행복한 날이에요. 아줌마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꼭 자랑하고 싶어요.     


[아줌마의 메모]

 

우리 금이를 나타내는 색은 연보라색이구나. 

우리 금이를 떠올릴 때마다 곱디고운 연보라색 물체들이 내 머릿속에 나타났다가 잔상을 남기면서 천천히 사라진다. 예전에 꿨던 꿈속에서 엄마가 말한 것처럼 우리 금이의 고유한 색상은 연한 보라색인가 보다. 

어쩜 그러니. 우리 금이는 모든 것이 다 예쁘구나. 

오전에 책을 보려고 하자마자 너무 졸려 책상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였지만 쉽사리 잠들지는 못하고 눈만 감고 있었다. 

눈꺼풀을 닫고 몇 분이나 지났나? 내 눈앞으로 석양으로 물든 아주 넓은 사막의 환상이 나타났고 이 환상은 사막에서 울창한 숲으로, 눈이 수북하게 쌓인 들판으로, 넓은 억새밭으로 장소를 이동해 나갔다. 모든 장소는 공통적으로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었으며 나는 결코 내 의지대로 땅을 밟을 수가 없었다. 

내 몸은 어떤 힘이 작용해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그 높은 곳에서 공중에 뜬 채 여러 장소를 끌려다녔는데 눈앞의 광경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그 상황이 괴롭거나 힘이 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우리 금이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같이 보면 얼마나 좋을까?

이곳은 우리 금이가 살고 있는 세계일까. 우리 아가가 머무는 곳일까?

우리 아가 저 나무들 사이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까? 

저 나무 옆에서 냄새를 맡고 쉬야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래로 내려가서 금이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환상은 내 바람과 다르게 나를 땅으로 내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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