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나는 꿈을 기록한다 25
[참고사항]
※ ‘금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제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 금이의 일기는 저의 상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허구입니다.
※ 아줌마의 메모는 저의 실제 경험을, 아줌마의 꿈은 제가 실제로 꿨던 꿈을 바탕으로 기록하였습니다.
2023. 7. 15.
[아줌마의 메모]
새벽 3시 20분에 울린 재난 문자 때문에 잠에서 깼다.
그래서 내가 이 꿈을 꾸고 있던 시간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나는 꿈에서도 잠을 자고 있었고 어떤 여자분이 다소 수줍어하며 내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 긴 머리를 둥글게 틀어 올려 커다란 리본 모양 핀으로 고정을 했는데 집게 핀은 아니고 길고 납작한 일자형 헤어 핀이었다. 옷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는데 예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 기간 동안 내가 입고 있던 검은색 상복과 유사한 옷이라서 잘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내 침대 앞에서 의자에 앉는 모습을 취하더니 테이블에 팔을 얹은 채 턱을 괴고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실제로 내 침대 앞에는 테이블은 있지만 의자는 없다.)
나는 그 사람을 보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많이 반가워했고 그분의 방문에 정말로 기뻐했다.
문득 그 사람의 뺨을 만져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대고 살짝 눌러보기까지 했는데 그 사람의 따뜻한 피부가 정말로 만져지는 것이 아닌가? 손에 전해지는 촉감이 꿈이 아닌 현실 상황에서 옆 사람의 뺨을 만지는 듯 생생한 느낌이다.
꿈에서도 ‘응? 이건 꿈인데 뺨이 만져지네?’라고 생각하며 화들짝 놀랐으니까.
나는 실제로 만져지는 피부와 손에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를 신기해하면서 침대에서 이불을 걷으며 일어나 그 사람과 함께 우리 집 안방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짧은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우리가 복도 끝방을 향해 이동하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하며 나보다 조금 키가 큰 그 사람의 팔짱을 끼고 조잘조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 댔으나 그 사람은 같이 걸어가는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만 있었을 뿐.
팔짱을 통해 전해진 따스한 온기는 우리가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조금씩 식어 갔고 그 사람의 몸은 우리가 복도 끝방 앞(이 방에는 남편이 자고 있었다)에 도착했을 때 얼음 조각처럼 싸늘하고 딱딱하게 변해버렸다. 우리 금이가 숨을 거두고 하루가 지났을 때처럼 그렇게 차가운 몸으로 말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드는 동시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나는 ‘어서 빨리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서둘러 두 팔로 그 사람을 안아줬다. 그러자 그 사람 역시 나를 마주 안아주었고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고 나니 소름이 돋았다. 꿈속에서는 하나도 무섭지 않고 소중한 사람으로 느껴졌었는데 막상 잠에서 깨고 나니 현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생생한 경험에 순간적으로 공포심이 몰려왔다. 그래서 복도 끝방에서 자고 있는 남편의 옆으로 뛰어갔다.
남편은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기에 여름에는 에어컨을 무척 낮은 온도로 설정해 놓고 잠을 자는데 그런 남편조차도 잠을 자는 동안 에어컨 때문에 추웠는지 몸을 한껏 웅크리고는 오들오들 몸을 떨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복도 끝방에서 오전 5시까지 남편과 같이 있다가 세게 틀어놓은 에어컨 때문에 너무 추워 나는 다시 내가 자던 방으로 돌아왔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새벽에 꾼 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악몽인지 개꿈인지 길몽인지 그런 것은 모르겠고 그냥 내가 좋을 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에라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사람이 내 눈에 닿지 않는 곳에서 나를 대신해서 우리 금이를 잘 돌봐줄 것이라 믿기로 했다.
「우리 금이 무서움이 많은 아이거든요. 우리 금이 혼자 있는 것도 싫어해요. 처음 만난 사이에 염치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우리 금이 좀 부탁드려요. 저 대신에 많이 안아주시고 사랑한다는 말도 해주시고, 안심하라고 너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말도 매일 해주세요. 부탁이에요.」